뉴스&칼럼

 
작성일 : 17-11-14 23:51
단지 동상의 위치만 바꿨을 뿐인데
 글쓴이 : 정동근 (49.♡.217.204)
조회 :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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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애셔, 제73회 미국 미술전 중에서, 1979년 6월 9일부터 8월 5일까지
시카고 미술관 전시.>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6/2017110603038.html
2017.11.07 03:12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단지 동상의 위치만 바꿨을 뿐인데

 
눈 밝은 독자라면 사진을 보고 이미 여기서 소개된 적 있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입상(立像)을 알아볼 것이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장-앙투안 우동(Jean Antoine Houdon)이 제작한 이 조각은 많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그 덕분에 우동의 대리석 원작을 청동으로 주조한 복제본이 미국 곳곳에
세워졌는데, 그중 한 점이 시카고 미술관의 건물 전면에 서 있었다.
미국의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카고 미술관의 웅장한 건물을
등지고 높은 대좌 위에 올라선 조지 워싱턴 상(像)은 미술관을 드나드는
이들에게 미국의 독립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1979년 미국 미술가 마이클 애셔(Michael Asher·1943~ 2012)는 시카고 미술관에서 열린 '미국 미술전'에 초대되었다. 그러나 애셔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워싱턴 동상을 대좌에서 끌어내려 219번 갤러리인 '18세기 유럽 미술 전시실'의 한가운데에 세워놓았을 뿐이다. 그 외에는 한 일이 없다. 애초에 18세기 프랑스 조각가가 만든 작품이었으니, 따지고 보면 애셔가 작품의 제자리를 찾아준 셈이다. 그런데 자리만 바꿨을 뿐인데도 이 조각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건물 앞, 드높은 대좌 위에 있을 때엔 누구나 워싱턴을 우러러보며 그의 업적과 미국의 역사를 떠올렸겠지만, 219번 갤러리에서는 우동이라는 조각가에 주목하고 동시대 유럽의 여타 미술품과 견주어 그의 재능을 평가했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상징'에서 '유럽 미술'로 변모하는 데는 단 몇 미터의 거리만 옮기면 되는 일이었다. 애셔의 작품은 동일한 대상일지라도 어떤 맥락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음을 단순 명료하게 보여준 상황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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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물건이라도
자리나 위치에 따라 용도나 평가가 달라집니다.

이 호텔 앞에 있는 미술품은 어떤가요?
조금 더 뒤로?
아니면 다른 곳으로?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을까요?

안팎의 높낮이가 다른 경계에는 저렇게 물건을 두면 안됩니다.
큰 길가에서 조금 들어와 있는 이 호텔은 좋은 기(손님)의
유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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