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어느 자리에 앉으면 가장 힘이 생길까. 또 집무실을 어떻게 구성해야 가장 좋은 기(氣)가 흐를까. 본지에서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최상의 생활 풍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코너가 CEO들에게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가져오는 최적의 집무실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얼마 전에 ‘행복한 부부-이혼하는 부부’라는 TV기획시리즈가 방영된 적이 있다. 이 방송에서는 부부간의 애정을 강화하고 불화를 극복하려면 서로간의 ‘비난, 경멸, 자기변명, 담쌓기’ 등을 피하고 감정적 이해, 존중, 적당한 타협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방법이 현실 속에서 어느 정도로 그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반목의 상황이 심각하다면, 그들이 다시 애정을 느끼고 신뢰하는 관계로 변하기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하는데, 과연 심리·태도의 개선책 외에 추가로 눈에 띄는 실물적 방안은 없는 것일까? 그들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상회하는 긍정적 결과를 위한 또 다른 뭔가를 제시해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무척 아쉬운 방송이었다.

필자는 좀 더 색다르게, 풍수로 그 부부가 사용하는 방의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어둠침침한 방을 간단하게 환하게 하고, 구석에 박혀 있는 침대를 방의 중앙으로 옮기고, 뾰족한 모서리 형태를 만드는 낡고 큰 가구들을 치우는 등의 방법 등등…. 이처럼 손쉽게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방법들은 결과적으로 아주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기도 하며, 이것이 바로 환경을 개선하여 사람의 행동과 운명을 바꾸자는 오늘날의 ‘생활풍수(生活風水)’의 해법인 것이다.

조상의 묘자리가 자손의 길흉에 영향을 미친다는 ‘음택풍수’와 달리 이 생활풍수는 사람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과 사무실 등의 양택(陽宅)’을 그 개선 대상으로 한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살아 있는 유기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생활풍수의 기본 사고는 고전풍수의 이론에다가 더욱 유연하고 섬세한 체계를 추가하고 있다. 이러한 ‘풍수’를 현대의 생활공간에 적용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여기서는 업무공간과 관련된 중요한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볼까 한다. 대체로 사무공간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최고관리자의 집무실인데, 그것은 회사 전체의 길흉이 바로 최고관리자의 올바른 위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공간에서 가장 힘이 있는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조직을 다스릴 만한 지도력과 권위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실내공간을 지배하는 힘은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강해진다. 일반 관리자라도 출입문 가까이서 문을 등지고 앉아 있으면 등 뒤가 불안하여 주위가 산만해지고 업무의 집중도가 떨어지며, 회사의 포상과 승진에서 자동으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출입문과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는 가장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실내를 장악할 만한 통제력과 힘을 갖게 된다. 또 이런 위치에서는 사업을 확장시키는 데 필요한 든든한 힘이 생긴다. 그러나 여기에도 풍수적으로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이 있다.

CEO는 창문을 등지고 앉지 마라
출입문에서 멀리 떨어진 ‘문의 대각선 방향 귀퉁이’에 책상을 두고 앉아 있더라도, 절대로 창문을 등지지 말아야 한다. 풍수에서 말하는 안정적인 형국은 ‘현무가 등 뒤를 받치고, 왼쪽과 오른쪽을 청룡과 백호가 호위하는’ 앞이 툭 트인 곳이다. 만약 등 뒤에 창문이 있으면 현무의 기운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여 통제력과 자신감, 재물 등이 창문으로 쉽게 빠져 나간다. 침실에서도 침대헤더가 뒤 벽과 떨어져 있으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외로운 처지가 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최고경영자는 출입문과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든든한 벽을 등지고 앉아 있어야 한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피해야 한다
실내에서 선과 선이 만나서 생기는 돌출된 모서리는 위협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평소에 사무실에서 뭔가 방해를 받는다거나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면 한번 주의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맞은편에 서 있는 책장의 뾰족한 모서리가 당신을 쪼개듯이 응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바로 등 뒤에 있는 기둥의 모서리가 당신을 압박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것들은 당장에 인식하지는 못하더라도 잠재의식에 남아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좋은 기운을 저하시키고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예각에 갇힌 최고경영자의 책상
실내에서 기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유지되어야 한다. 기(氣)는 바람을 타고 이동하며 너무 천천히 흐르거나 너무 빨리 흘러도, 또는 정체되어도 좋지 않다. 요즈음 건설되는 주상복합의 고층 빌딩에서는 한쪽 벽면이 길쭉하여 모서리가 90도 이내가 되는 귀퉁이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기가 움직이지 않고 정체되며, 따라서 생기가 순환되지 않는 불길한 공간이 된다. 만약 최고경영자의 책상이 그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다면 늘 잡다한 고민에 시달리고 건강도 나빠진다. 물론 회사를 발전시킬 만한 참신한 아이디어도 생기지 않는다.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잘못된 정책을 찾아내어 수정하고 보완하거나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의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것이 그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이다. ‘복지부동하고 수동적인 직원’ 또는 ‘회사의 미래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 직원’들의 틈바구니 속에 나 홀로 갇혀 있다고 생각하는 최고경영자는 흔히 시스템이나 전략적인 측면에서의 잘못된 점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풍수적으로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해야만 한다. 출입문 바로 앞에서 등을 돌린 체 근무하는 늘 불안하고 산만한 직원, 여러 개의 문들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지점(이곳에서는 기가 모이지 않고 빠르게 빠져 나간다)이나 가파른 계단 옆에 있는 자금부서, 창문도 없는 회의실에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애태우는 직원들….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이 바뀌기만 바라는 것은 최고경영자나 임직원 서로에게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 될 듯하다. 근래에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권의 기업가들이 거래의 성사나 사업의 확장 등에 풍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명한 최고경영자라면 한번쯤 풍수에서도 그 성공의 열쇠를 찾아봄 직하다.

[월간CEO 2006,6월] 정동근 태홍디자인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