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
충혼은 영원히 겨레 가슴에
임들은 불변하는 민족혼의 상징
날이 갈수록 아아 그 충성 새로워라

한강 남쪽, 서울 도심의 음지(陰地)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분들이 잠들어 계신 곳
국립서울현충원에 다녀왔습니다.

사병 묘역
넓기도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을 모신 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오늘은 먼지도 없고 바람도 생그럽습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은 풍수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공작새가 날개를 쭉 편 공작장익형이나, 장군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앉은
장군대좌형 이라고도 합니다. 동일한 장소를 두 가지 형태로 보는 것에 대해

“대체적인 윤곽만으로 단정해서는 안되는 것이 풍수 형국론의 원칙으로, 유명한 풍수서인 설심부에서는 이를 경계하여 이르기를 "호랑이는 사자와 비슷하고 기러기는 봉황과 다르지 않게 보이지만 만일 조그마한 차이가 있어도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기는 우를 범하는 꼴이니, 모두 한덩어리로 되어 구별이 없으면 지렁이를 뱀으로 안다"고 하였는 바, 국립묘지라는 동일한 대상을 공작장익형으로도 혹은 장군대좌형으로도 본 것은 원칙에 어긋나기에 해 본 소리다.  <최창조>
이렇게 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단순히 동물이나 옛날물건의 형태에 비유해 땅과 그 가치를 논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다양성과는 맞지않고 현명한 일도 아닙니다.

산이 그리 높지 않고 가파른 능선도 깊은 골짜기도 없다.
북동쪽으로 뻗은 완만한 능선과 평평하고 넓은 터를 따라 묘지를 조성했는데
지세가 부드럽고 아늑하며 참으로 편안하다.
이 정도로만 이해를 해도 될 듯합니다.

박정희, 육영수 내외분의 묘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주(主)가 되는 자리.

정문에서 우측 도로를 따라 쭉 들어가서 안쪽 제일 높은 곳입니다.
보통 입구에서 멀고 제일 높은 곳을 힘이 있다고 보는데, 여기는
전체의 생김새를 보더라도 주(主)가 되는 자리입니다.

바로 앞 공터는 멀리서도 눈에 띄고 넓고 평평합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준비를 하는, 일을 마치고 긴장을 푸는
마치 대기업 사옥의 넓은 로비나, 현관문 앞 발 디딜 곳이 넉넉한
것처럼 좋은 기운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높고, 눈에 띄고, 주변이
넉넉하니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됩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계단 사이의 계단참이 길고 기울어져 있습니다.
계단참의 경사를 평평할 정도로 완만하게 하고 좌우의 초목을
좀 더 뒤로 밀면(開) 균형감이 회복되면서 훨씬 더 편하고 긍정적인
느낌이 들게 됩니다. 삐딱한 길을 바로 고쳐서 방문자를 환영하는 이런
시도는 풍수에서 말하는 유입되는 기운을 바로 잡기 때문에 본인에 대한
평가나 다른 여러 가지를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이곳을 냉혈처니 또는 수맥이 흐른다고 하는데
기울어지고 닫힌 진입로 때문에 그런 착각이 들뿐이지 결코 음지(陰地)가
아닙니다. 기개가 있고 호방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편하기만 한 땅은
아닙니다.

기울어진 계단참, 계단에 고인 물(설마 썩은 물은 아니겠지요?)
빨리 고쳐야 합니다.

부드럽게 굽어지고 완만하게 높아지는 길은 행운을 만들고 외부에서 침범하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지만 삐딱한 계단은 찾아오는 좋은 기운을 막고 우환을
불러들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묘
높지는 않지만 정말 편하고 아늑한 곳입니다.
이곳 또한 말들이 많습니다.
봉황의 알,
무해지지(無害之地)..

사람이 땅의 위치나 형태에 따라 용도와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풍수입니다.
그 기준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사람의 느낌(氣)입니다.
넓은 범위에서 땅의 생김새를 살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입구에 놓인 바위,
나무 한 그루, 입구의 위치와 형태, 진입로의 폭과 경사.. 이런 구체적인
요소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땅이라도 잘
활용해야 더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좁은 일방통행도로의 내리막에 입구가 있다.
(이승만 대통령 묘는 도로 끝 지점이고 입구 주변이 넓고 평평함)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로 입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진입로는 단정하지만 좁고 옹색하다
막상 들어오면 아늑하고 편안하지만 호방한 기개는 보이지 않는다
입구가 잘 보이지 않고 돌아앉아 있으면 음택풍수에서 말하는 자손발복에
필요한 유입(流入)의 기가 부족하게 됩니다.
특히 멀리서도 그 입구가 확연히 보이고 기대감마저 갖게 하는 박대통령
묘와는 많이 다릅니다. 사람들이 입구를 찾지 못하고 지나치니 점차
발길이 줄어들고 잊혀 질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음택풍수는 별 효용가치가 없다고 봅니다.
사자(死者)의 은원(恩怨)은 분명 후손에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것이
땅을 통해서 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수고로움을 덜고 편히 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