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전철역에서 이대정문까지 진입로.
땅이나 건물로 가는 길은 입이나 숨통의 역할을 합니다.
좁은 길은 기의 진입과 소통을 제한합니다.

좁은 길가에 화장품가게,옷가게..가 꽉 들어차 있습니다.
이런 진입로는 공부보다는 치장하고 소비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대학교(여대) 앞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면서 상대방을 속이기도 하지만
건물이나 땅은 그렇지 않습니다. 건물이나 땅의 특별한 생김새는
여지없이 사람의 행동과 생각을 지배하고 변화 시킵니다.
그 힘은 강하고 지속적입니다. 그렇게 살다가 아주 특별한 기회가 와야
환경을 바꾸게 되는데, 이것을 운명(運命)이라고도 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梨花女子大學校) ECC-Ewha Campus Complex'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설계하고 2008년에
완공한 이화여대 지하캠퍼스입니다. 강의실,영화관,편의시설이 들어와 있습니다.
지하6층의 큰 건물을 땅속에 만들었고, 가운데 골짜기를 통해
지하인데도 바람이 불고 햇살이 비친다. 이렇게 보면 됩니다.
첫눈에 거대하고 웅장한, 장엄하고 세련된 느낌이 듭니다.
설계자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ECC는 세계적인 명물이 되었습니다.

집을 지을 때 우선 집터를 조금 높입니다.집터가 주변보다 낮으면 부자도
점점 가난해 진다고 합니다. 낮은 곳으로 주변의 쓰레기나 먼지가 모이는데,
이것을 ‘탁한 기’라고 합니다. 탁한 기가 모이면 흉한 일과 급작스런
변고가 종종 생깁니다.

유명한 건축가도‘탁월한 실수’를 합니다.
그 자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최종적으로 어떤 느낌을 줄 것인지?
이런 고민보다는 주로 기능적인 부분과
세련미, 희귀성에 설계의 역점을 둔 것 같습니다.

정문 앞 생기가 모이는 곳은 비교적 널찍하지만 캠퍼스 전체에 비해서는
좁고 옹색한 편입니다. 보통 정문을 지나 중앙부 앞쪽에 눈에 띄게
큰 운동장을 만드는데, 여기가 오행의 토(土)역할을 합니다. 이곳은 수레의
축이 되어 사방의 기운을 연결하고 순환시킵니다. 학생들한테는 든든한 자신감, 신뢰, 관용, 자부심, 저력, 에너지, 원동력..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운동장 대신 움푹 페인 골짜기가 있습니다.이 골짜기(웅덩이)는
아주 크고 장엄하고 세련됐지만, 온갖 탁한 기도 같이 모입니다. 끝에 보이는
계단은 멀고 높아서 고난의 여정을 상징합니다.좋은 기는 푹 꺼진 땅속이나
높은 계단으로는 잘 다니지 않습니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단차가 심하면 생활의 기복과 돌발적인 사고가
많아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 웅덩이는 낭만을 빼앗아 가고,
여유 없이 서두르게 만들며, 남과 다투는 것을 즐기게 만듭니다.
그럴만한 일을 스스로 만들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