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저는 바둑도 모르고, 컴퓨터는 더 모릅니다.
“사람이 만든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인간성의 상실..등등”
거창하게 이런 말들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국을 보고 있자니
저건 왜 저럴까? 라는 의문이 들어서 몇 자 적어봅니다.

1,탁자를 보면 인조대리석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 같은 사선의 패턴이
있습니다. 왜 저렇게 산만해 보이는 탁자를 썼을까?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인가? 그냥 단순한 선택인가? 다른 이유가 있을까?

사선은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상황을 예고합니다. 사선은 불안정할 뿐더러 활발히 움직이는 동적인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또 바닥에 단차가 있으면 감정과 생활의 기복이 심해지는데, 이것저것 소재가 섞인 탁자는 단차가 심한 바닥과 같은 의미로 역시 안정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2,중간 중간 화면에 두 사람의 옆이 보이는데
바로 옆이 통로(바람 길)이고 거리도 아주 가깝습니다.
호텔 연회장에 바둑을 둘만한 장소를 간단한 칸막이로
만든 것이 틀림없습니다.

침대가 방문과 가깝다면 침대의 에너지가 방문으로 쉽게 빠져나갑니다.
방문→침대→창문 이렇게 셋이 나란하면 침대의 기운은 바람에 날려
먼지처럼 흩어져 버립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리인이 마주보고 대결을
펼치는 장소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기계는
그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반응하지도 않습니다.

3,만약
저 호텔의 가장 좋은 곳에(지하실이 아닌 지상 층에)
바깥으로 열리는 기분 좋은 창문이 있고(비록 대국 시에는 커튼을 치더라도),
문이나 통로를 잘 고려해서 편하고 안정감 있는 장소를 만들고,
혼란스런 패턴이 없고 안정감 있는 직사각형 탁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은 좋은 환경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유능한 장수는 먼저 지형을 잘 살피고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전투를 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