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연못이나 분수 등 물과 관계된 것이 가까이 있으면 상서롭다고 할 수 있다. 장사가 신통치 않은 가게의 마당 적당한 곳에 분수를 만들면 서서히 손님이 늘어 날 것이다. 이 때 “분수는 반드시 건물이나 대지, 입구, 도로 등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중국 삼국시대 조조 휘하의 양수는 조조가 정원을 거닌 후 문에 ‘활(闊)’자를 쓰고 가자 정원을 작게 개조하여 조조의 의중을 꿰뚫어 보았다고 한다.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주변의 여러 가지와 어울리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풍수’와 ‘인테리어ㆍ건축설계’의 기본이다.

사진은 서울의 어느 구청 옆에 있는 인공폭포의 전경이다. 폭포와 구청마당사이에 좁은 도로가 겨우 지나가고,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니 외부가 아니라 바로 마당에 있는 셈이다. 물은 재물과 휴식, 건강, 지혜 등을 상징한다. 이처럼 분주하고 민원이 많은 관공서에 있는 분수는 그 규모와 형태가 적당하다면 민원인들과 근무자들의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여유와 생동감을 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안타깝게도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마당까지 들리는 물소리와 거칠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사람들의 감정을 가라앉히기 보다는 오히려 자극하여 들뜨게 만들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지점의 지하층 입구에 있는 분수는 그 화려한 불빛과 물줄기로 손님들의 구매 욕구를 입구에서 부터 자극하고 있다. 구청과 백화점은 그 용도가 다른 것이다.

이처럼 물로 인하여(형태나 규모, 소음 등으로) 균형이 깨어지고 불협화음이 생기면, 민원인들과의 다툼이 잦아지고, 돈으로 인한 잡다한 문제들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또한 허가 받지 않은 가판이나 난전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은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냥 물줄기가 쏟아지고, 물소리가 들리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논현동 아미가호텔(지금은 임페리얼호텔) 커피숍의 시끄러운 분수(지금은 있는지 모르지만), 하계동 을지병원 로비의 수족관, 용마산 공원의 괴상한 폭포.. 

제발 큰돈이 들어가는 환경개선사업에는 풍수의 도움을 받아 예산낭비를 막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