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전경 :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동

지금의 석촌호수 부근의 잠실벌은 원래 한강이었으나 오랫동안 토사가 쌓여서 섬이 되었고, 그 사이를 흐르던 송파강과 신천강의 샛강(광진교 밑에서 석촌호수를 지나 잠실야구장까지 흘렀음)을 매립하면서 남겨진 것이 석촌호수가되었다. 석촌호수는 동호와 서호로 연결되어 있고 둘레의 총연장이 2600m정도이다.

석촌호수의 산책로는 대지(大地)보다 낮은 호수면을 따라 만들어져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산책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도 숲이 차단해 주기 때문에 휴식과 운동의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석촌호수는 우리 사무실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어서 자주 머리를 식히러 가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산책로를 한쪽으로만 도는 것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일산호수공원과 비교한다면 참으로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석촌호수를 방문하는 몇 몇 사람은 잠시 반대로 걷기도 하지만 금방 방향을 바꾸고 만다.

석촌호수는 이용자가 많아서 “휴일 날 산책로를 거꾸로 두 번만 돌면 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난다.”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유독 한쪽으로만 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변에는 방향을 지시하는 표식은 잘 보이지 않는다.

풍수에서는 사람의 사적인 목적을 위해 주변환경을 파괴하거나 변형시키는 이기적인 측면도 있다. 대형오피스빌딩의 로비에 서울랜드의 식물원만한 실내정원을 만든다면 긴장이 풀어지고 업무능률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풍수는 환경을 바꿔서 사람들의 일반화된 습성이나 행동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풍수로 사람들의 이동방향을 뒤바꾸는 것이 가능할까?

좌청룡․우백호 보다는‘조화의 풍수’에 더 빠져있는 나로서는 참으로 재미난 과제를 발견한 셈이다. 남편의 애정을 되찾기 위해 안방의 남서쪽에 아내의 야한 속옷을 숨겨놓기를 권하는 풍수, 그 특별한 비책들 중에 여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과연 호수의 어디에다 뭔가를 파묻어 놓으면 사람이 거꾸로 돌게 될까? 주목할 만한 특별한 구조물을 만들면 가능할까?

과학과 술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하여 지금처럼 도는 이유를 알아내고 방향을 바꾸어보자. 아주 특별한 수련을 한 풍수전문가의 비책을 사용해도 좋다. 근사한 이론도 찾아보기 바란다. 호수를 왼쪽으로 보며 걷는 것과 오른쪽으로 보며 걷는 것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특별한 차이점인지? 현대의 의학과 심리학도 동원해 보기 바란다. 

나는 어느 정도는 답을 알아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풍수의 비책이던 현대의 과학이던, 같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적어도 이런 시도가 이론암기식의 풍수교육보다는 풍수의 지혜를 터득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흥미가 있다면 가끔씩 의견을 올려주기 바란다. 직접 석촌호수를 돌면서 연구를 해도 좋다. 천천히 즐기면서 연구를 하면 내년 봄 정도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풍수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활용방법도 깨우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주변의 모든 요소들은 살아 있다.”라는 풍수적 사고에서 출발했음을 미리 밝혀둔다.